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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장 오찬 인사말씀

  • 작성자 : 연설문관리자
  • 등록일 : 2018.12.12
  • 조회수 : 1945

재외공관장 오찬 인사말씀 (서울 롯데호텔)


사람 사는 세상에는 참 부조리한 일이 많습니다. 제 경험의 범위 안에서 말씀드리면 가장 부조리한 일은 제가 소방관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 그러면 우리 국민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년 동안 가장 신뢰받는 직업이 소방관입니다. 그런데 저는 언론과 정치를 거쳐서 여기 왔는데 같은 여론 조사를 보면 가장 신뢰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직업을 제가 고루고루 경험하고 여기까지 왔거든요,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일만 해온 사람이 가장 신뢰받는 사람들 상대로 연설하는 것, 이거야말로 ‘최악의 부조리다’라고 늘 느꼈습니다. 오늘 또 하나의 부조리가 자행될 것 같습니다. 더 아는 분들 앞에서 더 모르는 사람이 얘기한다는 것, 이것 또한 부조리죠?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또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것 또한 한심한 부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감안하시고 너무 심각하지 않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리가 그냥 경제적인 통계에서 대외의존도가 높다하는 것은 다 아실 텐데 사실은 우리의 비경제분야에서의 대외의존도도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그걸 우리 국민이나 언론이 실제보다 더 작게 인식하고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굉장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죠. 예를 들면 우리 조국이 분단된 것도 대외요인 때문에 그랬던 것 아닙니까. 우리의 삶의 조건 자체가 외부의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 곳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우리의 운명 자체가 외부에 의해서 결정됐기 때문에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모든 것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또한 부조리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경제뿐만 아니라 비경제분야에서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외관계가 몹시 중요한 나라에서 여러분이 대외관계의 일선에서 수고하시기 때문에 여러분께 수고하신다는 인사를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특히 작년, 올해 대통령의 해외방문이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그리고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지만 저도 과거보다는 좀 많이 나가는 편이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네 번 나갔고 방문국가는 열 개 나라가 넘은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마다 여러분은 말로는 보람 있었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고생할 것 아니겠어요. 여러분뿐만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일하시는 분들, 또는 관련 기관들까지 많이 고생들 하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말씀이 나왔으니까 말씀인데 앞으로 제가 어디 외국 나갈 적에는 의전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부담스러워요. 그렇게 안 해도 됩니다.

오늘 저는 제가 정색을 하고 연구한 것은 아닌데요, 그냥 감각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차 얘기, 굳이 좀 멋 부려서 제목을 붙인다면 ‘시차와 세 개의 시계’ 이런 제목의 얘깁니다.

여러분만은 못하지만 저도 한때는 외국에 주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일본 도쿄에서 3년 2달 주재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아시는 것처럼 도쿄와 서울은 시차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많은 시차를 느꼈고 그것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 정신의 시차랄까요. 정서적 시차랄까. 문화적 시차랄까. 하는 것을 참 많이 부대꼈습니다. 지금도 한일 간에는 바로 그러한 시차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외교관들이야 말로 그런 시차를 훨씬 더 많이 겪는 분들이지요. 주재국과 우리 본국과의 관계가 가장 좋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시차는 있고, 하물며 상태가 원활치 않은 그런 기간에는 시차를 더욱 더 맹렬하게 느끼실 것입니다. 그 시차를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러분이 더 잘 아시겠지만 그냥 어렴풋하게 말씀을 드립니다.

사람마다 시계를 가지고 다니는데요, 외교관들은 좀 시계가 독특할 것 같아요. 최소한 세 개의 시계가 필요치 않나 생각을 합니다. 우선 일상적으로는 주재국의 시계가 있을 거예요. 그 나라의 시계, 그 나라의 시간, 그 나라의 정신적 정서적 문화적 판단기준, 가치관, 취향 이런 것들이 그 나라의 시계지요. 그걸 모르면 또는 무시하면 외교관으로 일하기가 힘드실 거예요. 그런다고 해서 서울의 시계를 잊어버리면 그거야말로 또 외교관이 아니죠. 서울의 시계, 서울의, 여러분 본국의 현재, 본국이 지향하는 가치, 본국이 추구하려고 하는 궁극적 목표, 이런 것들이 서울의 시계겠지요. 여러분들이 흔히 자주 쓰시는 말씀으로 이른바 국익이라는 하는 것, 그게 서울의 시계일 것입니다. 그 두 개의 시계가 있고 세 번째 시계는 인류 보편의 정의, 국제적 외양, 국제적 규정, 국제법 이런 것들이 세 번째 시계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 세 개의 시계를 가지고 사시는 분들이 여러분이신데, 이 세 개의 시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분이 좀 저한테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 세 개의 시간 중에서 중간 중간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안 될 거예요. 아마도 예를 들면, 한일 간의 시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슨 현해탄 시계로 판단하거나, 또 한일 해역 중간선으로 판단하거나, 이렇게 할 수없는 것 아니겠어요. 이 세 개의 시계를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가. 역시 기본은 서울 시계가 아닌가요. 서울 시계에 서서 주재국 시계를 잊지 않으면서 그러고도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생기면 세 번째 시계를 들이대는 뭐 이런 것이 되지 않겠나. 생각을 합니다. 요새 한일 간에도 여기 대사님 계시지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 번째 시계를 그것마저도 일본은 일본식으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역사의 진실 인류 보편의 정의라는 시계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화두만 던지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외국에서 주로 사신다고 해서 서울을 좀 이렇게 뭐라고 해야 되나요? 이렇게 좀 덜 느끼신다거나, 덜 정확히 아신다거나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만 늘 여러분께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것을 좀 젊잖게 표현한 것이 요 위에 나와 있는 ‘국민과 함께 하는 공공외교’의 ‘국민과 함께’라는 용어가 그것이 아닌가, 저 나름대로는 그렇게 해석을 합니다. 국민과 함께라고 해서 외교의 문제들을 전부 국민투표로 해결하자 그런 뜻은 아닐 거 아니겠어요? 그것은 아닐 거고 서울의 시계를 늘 잊지 말고 서울의 시계, 서울의 시간 위에 서있자는 뜻으로 저는 해석을 합니다.

작년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께 어떤 칠레 외교관 얘기를 해드렸는데 그 얘기를 못 들으신 분이 혹시 계시나요? 극소수가 손을 들으셨네요. 네, 칠레의 군사정권 때 반정부 인사로 몰려서 일본에 망명했던 한심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업도 뾰족하게 갖지 못하고 오랜 기간을 그렇게 살았는데 본국이 민주화되면서 그 남자가 특채됩니다. 주일대사관 상무관으로 특채됩니다. 이 분 평생에 처음으로 월급 받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겁니다. 그 동안에 일하고 싶었던 열정이 하도 농축이 되가지고 상무관 되자마자 그게 폭발적으로 분출합니다. 그 때 그 분이 하신 일이 일본의 이자카야에 칠레 포도주를 집어넣는 일이었습니다. 그 분의 감각은 적중했습니다. 일본 이자카야에 가면 여러분도 많이 가보시겠지만 여성 손님들이 남자보다 더 많은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여성들이 일본 사케를 마시면 어쩐지 아저씨 냄새가 난다고 싫어합니다. 그래서 바로 그런 점에 포착해서 칠레 와인, 싸면서도 일본 사케와 다른 그 와인을 집어넣게 됩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본 시장 점유율 2등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분이 본국 상무부의 국장으로 발탁이 돼서 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것이 NHK에 휴먼다큐화 돼서 방송이 됐어요. 제가 그 사연을 안 것은 그 방송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그 방송의 첫 장면이 송별회였습니다. 그 분이 도쿄를 떠나면서 그동안에 함께 했던 일본 지인들과 작별하는 그 환송회가 첫 장면이었습니다. 그 때 그 분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난 다시 도쿄로 돌아오고 싶다. 지난 3년 동안 도쿄에서 내가 했던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그런 일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데 외교관 한 사람이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고 민주정부라고 하는 것이 경제에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처음 말씀드렸을 때는 저도 신이 났고 듣는 분들도 훨씬 감동 했을텐데 두 번째 하니까 맛이 많이 떨어지네요.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첨부: 재외공관장 오찬 인사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