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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역대 연설문․메시지

2010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만찬 인사말씀

  • 작성자 : 이무윤
  • 등록일 : 2010.02.10
  • 조회수 : 5046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회 일정으로 늦게 참석하여 미안합니다. 대정부 질문으로 연일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이곳에 오니 친정에 온 듯
푸근한 마음입니다.

‘새로운 세계경제질서의 도래와 동아시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2010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김인준 회장님과 조직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훌륭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신 발표자와 토론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날의 국내외적 경제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단은 마무리 되어가고 있으며, 국가간 경제적 힘의 이동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기존의 세계경제질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 국가간 경제적 힘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세계경제질서의 변화는 너무나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한 필수자원을 독자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운, 전략적으로 취약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경제규모가 매우 커졌고,작년부터는 G-20의 일원으로 세계경제의 아젠다 수립에 참여할 정도로 국격이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의 여지는 아직도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주변 여건을 늘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현명하게 활용하여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학술대회의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과 내일의 연구발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인류역사를 보면, 대체로 세기가 한 번씩 바뀔 때마다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가 새로이 등장해왔습니다. 막강한 물리적
파워와 의지력 그리고 지성적․도덕적 힘을 가진 나라들이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주기적이고 규칙적이었으며, 그 나라
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추어 국제적 시스템을 바꾸어 왔습니다. 국제적 시스템은 정치·안보적 개념인 국제질서와 경제적
개념인 세계경제질서를 포괄합니다. 세계경제질서와 국제질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항상 변해 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세계경제질서와 국제질서는 마치 co-integration 관계에 있는 time-series처럼 한 묶음으로 움직여왔습니다. 국제
질서가  바뀌면 그에 맞추어 세계경제질서도 달라지며, 거꾸로 세계경제질서가 달라지면 그것을 반영하여 국제질서도
재편되었습니다. 이런 재편 과정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때로는 평화적으로 때로는 거친
힘겨루기 끝에 완성되었습니다.

세계경제질서의 변화는 우선 국가간 경제적 힘의 이동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경제적 힘의 이동은 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힘의 이동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것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게
됩니다. 질서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나라로부터 새로운 나라로 경제적 힘이 옮겨가기를 계속한다면 언젠가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경제적 힘의 이동이 관찰된다면 그것이 단기에 그칠 현상이냐, 아니면 추세적
으로 이어질 것이냐를 보아야 합니다. 그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느냐 아니면 지속적으로 이어져, 언젠가는 균형을 무너
뜨릴 잠재력을 내포하느냐에 대해 신중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세계경제질서의 새로운 대안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험단계를 지나 하나의 질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대안의 유지를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충분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이란 경제력은 물론 국제정치적 영향력, 과학기술력,지적·문화적 리더십, 심지어 군사력까지를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의미의 힘입니다. 이러한 힘의 이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경제적 힘의 이동은 세계경제 질서를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제적 힘의 이동이 곧 경제 질서의 변화라고 인식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지난날 우리나라는 앞으로 달려가는 데에만 급급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려는 일에 무리가 없는지, 정말로 옳은 일인지,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대안은 무엇인지를 깊고 충분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행동에 옮기려 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와 같은 행동이 다행히 성공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해나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모래위에 지은 누각처럼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우리나라는 전략적으로 취약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정책 분야에서도 충분한 고려 없이 진행되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비효율과 낭비가 초래되었거나 앞으로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모두 빈틈을 채우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것들이고 이는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고쳐야 할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틈을 채우는 것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저는 국무총리
로서 우리나라 정책의 빈틈을 채우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직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국무총리를 맡고
있는 동안 얼마나 빈틈을 채우게 될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지, 제가 바라는 만큼 이룰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한 가지라도 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오늘과 내일, 우리가 세계경제질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할 모든 것을 다 논의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학회의 결과로 우리나라의 장기적 전략 수립에 초석이 되는 좋은 발표와 토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이번 학술대회를 함께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