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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연설문․메시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 작성자 : 공보비서관실
  • 등록일 : 2005.10.19
  • 조회수 : 2471
2005. 10. 18(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연 설 문 위르겐 보스 독일 조직위원장님, 김우창 한국 조직위원장님, 페트라 롯트 프랑크푸르트 시장님, 로란트 코흐 헤센 주지사님, 디터 쇼어만 독일 서적상 연합회 회장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동방의 끝에 위치한 우리 한국이 머나먼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세계 문화올림픽이라 알려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으로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래전 중국에서 발원하여 지중해까지 이르는 동서교역로를 일컬어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은 비단길이라 명명했습니다. 그 길은 단순한 상품의 교역로가 아닌 동서양의 문화와 기술이 함께 교차되는 길이었고 비단길을 따라 양쪽의 문화를 융합하여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긴 위대한 제국들이 성쇠를 거듭하였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교통 기술의 발전은 동서양의 지리적 거리를 하루거리로 단축시켰고 정보 혁명은 양자의 문화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동서양의 문화적 정수를 결합하여 인류 공통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오리엔트와 옥시덴트 사이의 벽은 견고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디지털 정보 사회가 전달하는 막대한 정보량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에 대한 피상적 이해만을 조장하고 서로가 간직한 위대한 지적 유산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의 정신 유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을 통한 만남은 진정 그 뜻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곳 프랑크푸르트의 도서전은 동서양의 문화적 전통이 만나 대화하고 이해하는 위대한 정신적 비단길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천 오백년전 ‘하루만 책 읽기를 게을리 하여도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하였던 동양 최고의 학자이자 성인인 공자는 ‘동쪽 군자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군자의 나라는 바로 우리 한국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일찍부터 책을 즐겨 읽고 소중히 여기며 예의와 음악을 아는 민족으로 알려졌습니다. 8세기에 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으로 공인된 ‘다라니경’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만들어내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찍어낸 것도 이러한 문화적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우리 한국인은 제국주의 식민 통치를 받아 35년간 문화적 암흑기를 거쳤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한국의 출판문화는 잠시 그 빛을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인의 피에 남아 있는 책읽기의 유전자는 한국을 다시 세계 7대 출판국의 하나로 부흥시켰으며 문화적 우수성과 독창성은 동아시아에 ‘한류’라는 문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대받아 저 먼 동방에서 달려온 우리들은 여러분께 우리의 지적 전통과 문화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인류에게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남긴 괴테와 헤겔의 나라에서 한국의 문학과 철학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책이 없었다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드러나지 않으며 위대한 지혜는 잊혀지고 문화와 예술은 그 전승을 멈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도구이며 인류의 자기완성을 위한 지렛대입니다. 한국인들에게 프랑크푸르트는 책을 통해 친근해진 도시입니다. 한국의 지식인은 허버트 마르쿠제, 위르겐 하버마스와 같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저서를 많이 읽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체험을 말씀드리자면, 1970년대 국사독재정권에 대항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어, 감옥 속에서 반나치 운동을 이야기한 ‘Die Weiβe Rose'를 읽으며 독일어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이곳 프랑크푸르트에는 바로 그 책이라는 인류의 가장 소중한 도구를 즐기려는 세계인이 모여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사이에 둔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정신세계와 문화유산을 체험함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은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으로서 세계인 여러분께서 동시대에 살아가는 동방 민족의 정신과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인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데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세계인 여러분께서도 마음을 열어 한국인의 정신과 깊고 그윽한 대화를 마음껏 나누시기 바랍니다. 오늘 문화의 비단길을 마련해준 헤센 주 정부와 프랑크푸르트 시 관계자, 그리고 독일 서적상 연합회와 도서전 관련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